[예전글] 2014.4.15

자신의 경험으로 상대를 판단한다.
내가 겪은 그가 그의 전부가 아니고 네가 겪은 그도 그 전부가 아니다.
내가 보는 그와 네가 보는 그의 모습은 다를 수 있고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그 두 면이 서로 부딪친다면 어떨까.
그가 의도적으로 다르게 자신을 꾸몄다면 너와 내가 그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같은 경험을 하고 다르게 판단했다면 ‘그는 이런 사람’이라는 주관적 명제를 누군가 혹은 각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회적 관계에서 서로 다른 가면을 쓰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가면 쓰는 법을 익히고 그 가면을 적절히 활용한다.
가면을 악용하지 않는 한, 가면을 쓰는 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자신처럼 다른 이들도 가면을 쓰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자신의 경험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판단은 ‘그’라는 참 명제를 찾기 위한 도구로 존재해야 하며, 내가 임의로 세운 명제 ‘그는 이런 사람’에 그가 부합하는지 판정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