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m-ey

스승

스승01「명사」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 ≒사부11(師傅)「1」.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스승’을 위와 같이 정의한다.
‘스승’에는 ‘선생’과 달리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안다’거나 ‘학예가 뛰어나다’는 전제가 없다. ‘스승’은 ‘선생’과 달리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인이 아니다.
‘스승’은 절대적이거나 범용적인 기준이 아닌 온전히 ‘나’의 관점으로 선택되는 대상이다. ‘선생’과 달리 ‘스승’은 ‘나’의 선택 없이 외부의 법이나 방침에 따라 일방적으로 주어질 수 없는 대상이다.

학생이었던 시절, 나는 수많은 선생 중에서 한 명의 스승을 만났고 또 한 명의 스승을 ‘선택’했다. (‘선택’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건 그분과 내가 스승과 제자로 일대일 관계를 맺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한 명의 스승은, 내게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주는 대상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밤잠 못 자며 해낸 일에 그 스승이 놀라며 칭찬했던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밤잠 못 자며 노력해서 처음으로 해냈던 일은 고3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일과 장학생으로 대학에 합격한 일이었지만, 그때 나는 그 성과를 감정적으로는 보상 받지 못했다.
내 부모님은 내가 하는 일을 가로막기보다 최선을 다해 돕는 존재였지만, 먼저 나의 필요를 채워 주거나 나를 앞서서 끌어주는 존재는 아니었다.
대학 때 만난 이 스승은, 내 부모님에게 받기를 기대할 수 없었던 수많은 경험을 내게 주었다. 처음 제대로 인정 받았고, 넓은 세계를 알았고, 일하는 법을 곁에서 배웠다. 진심 어린 조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좋기만 한 관계가 어디 있던가. 10년이 훌쩍 넘은 세월 동안 나는 스승을 여러 번 실망시켰고, 스승 역시 내게 여러 번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그럼에도 그 스승에게 여전히 감사하고 그분을 존경한다. 더는 내게 새로운 가르침을 주지 않을지라도.
10년 넘게 마음 한켠에 걸려 있던 그분의 가르침을, 이제는 과거의 기억에 함께 접어 넣으려 한다.
“세상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잘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여전히 공감하지만 이 문구에 더는 지금의 나를 끌어갈 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다..

다른 스승에게 나는, 그분이 선생으로서 만난 수많은 학생 중 하나이다.
그분이 나의 이름과 얼굴을 일치시키지 못하던 그 시기에 이미 그분은 내게 한 명의 스승이었는데, 그건 그분의 가르침을 내가 기억하기 때문이다.
“도망갈 생각하지 마라. 내가 끝까지 쫓아간다.”
10여 년 전 이 말을 들은 그때 장면이 떠오른다. 방학을 앞둔 마지막 수업 날, 초록색 칠판 앞에서 웃는 얼굴로 느긋하게 말씀하시던 그 모습이.
그때 결국 모두 도망갔고, 그분도 학생들을 쫓아가지 못하셨지만 그 말은 이후 내게 꽤 강렬하게 남았다. 졸업전시 작업을 지도하실 때 보여주신 모습이나 몇 년에 한 번 마주칠 때마다 지나가듯 던지신 “그거 아직 안 하고 여기서 뭐 하나?”는 질문 역시 그러했다. 그분에게는 의미 없는 안부인사를 대신하는 말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 순간에도 그 말을 기억한다. 무조건 끝까지 해야 한다고 무섭게 윽박지른 말이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뭐랄까, 이 말은 양심을 건드리는 말이었달까.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이 말에 마음이 움직인다.

돌아보니 참 많은 시간이 지났다.
두 분의 스승을 모두 스물 셋에 마음에 들였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은 지 이미 오래이다. 이제는 과거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앞으로를 가야 할 때이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스승이 되어주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