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개성’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고유명사는 “낱낱의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을 다른 것들과 구별하여 부르기 위하여 고유의 기호를 붙인 이름”으로 정의된다. 고유명사는 그 이름으로 부르는 대상이 유일하지 않다고 해도 여전히 고유명사이다. 다시 말해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모두 ‘에드윈’이라고 불린다고 해서 ‘에드윈’이 고유명사가 아닌 것은 아니다.
고유성은 “어떤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나 그 사물 특유의 속성”(표준국어대사전)을 의미한다. ‘고유’는 이를 정의하는 데 사용된 ‘특유’라는 단어 때문에 온전히 그 사물만 가지고 있는 성질을 가리키는 듯 보이지만, ‘특유’와 구별되는 ‘고유’의 속성은 ‘본래부터 가지고 있’음에 있다. 고유명사와 마찬가지로, 한 사물이 가지고 있는 어떤 속성이 다른 사물에서 발견된다고 해서 그것이 그 사물의 고유성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고유성은 보편성의 반대어일 뿐 특유성의 동의어가 아니다.
‘개성’은 이러한 고유성의 개념이 사물이 아닌 사람에 적용된 단어이다. 이 단어는 대다수 디자이너에게 상당한 강박을 준다. 평범함에 열등감을 느끼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러나 개성 역시 고유성과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표준국어대사전)“에서 ‘특수성’이 아니라 ‘본바탕’, 즉 나만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 아니라 내가 본래 가지고 있는 바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내가 가진 개별 속성들은 그리 다양하지도 특별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러한 속성의 합인 ‘나’는 세상에서 유일하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말하듯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다. 그러니 개성이 없는 사람은 없으며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할 뿐이다. 개성을 가지고 싶다면, 새로운 속성을 얻고자 애쓸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속성들이 무엇이며 그것들이 서로 맞물려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쩌면 고유성은 특정 속성이 아닌 그 속성들의 관계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겠다.)
디자이너로서 특이해도 괜찮지만 디자이너라서 특이할 필요는 없다. 개성은 특이성이 아니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혹은 디자이너로 살기 위해 더 많이 경험하고 치열하게 생각하며 시각을 넓혀야 한다는 점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남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서는 조금 자유로워졌으면, 더불어 스스로의 내면에는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싶다. 차별화되어야 하는 것은 결과물이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2022.4.20